한국 CBDC는 지금 어디까지 왔을까?
현금을 쓰지 않는 날이 점점 늘어나면서, "국가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라는 개념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전 세계 여러 중앙은행이 연구·실험 중인 차세대 통화 인프라이며,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2020년부터 디지털화폐 전담 조직을 꾸려 관련 기술과 법·제도 이슈를 연구해 왔고, 그 성과가 최근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의 실증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CBDC는 지금 정확히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프로젝트 한강의 추진 배경부터 최근 2단계 확대 내용, 그리고 남은 과제까지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프로젝트 한강, 어떻게 시작됐나
한국은행은 2023년 10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실증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 사업이 바로 '프로젝트 한강'입니다. 분산원장 기술(DLT)을 기반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예금 토큰'의 발행·유통·환수 전 과정을 구현하고, 스마트 계약을 실제 지급결제에 접목한 세계 최초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단계 실거래 파일럿에서는 약 3개월간 8만 명 이상의 시민과 세븐일레븐 등 주요 가맹점이 참여해 예금을 예금 토큰으로 전환하고, 이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하거나 문화 바우처 프로그램과 연계해 사용하는 경험을 테스트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막상 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실효성과 편의성에 대한 지적도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2026년, 2단계로 확대되다
이런 지적을 반영하듯 한국은행은 2026년 들어 프로젝트 한강을 한층 확대된 형태의 2단계로 끌어올렸습니다.
금융위원회는 7월 15일 정례회의에서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시스템 내 예금토큰 기반 지급결제 테스트 2단계'를 포함해 총 5건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신규 지정했습니다.
이번 2단계의 핵심은 참여자와 사용처의 양적·질적 확대입니다.
기존 1단계에 참여했던 은행에 더해 경남은행, 아이엠뱅크 등이 새롭게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되었고, 지갑당 보유 한도는 최대 1,000만 원까지 상향되었습니다.
기능 면에서도 단순 결제를 넘어 개인·법인 간 송금, 지문 인증, 자동 전환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편의점 체인과의 협업을 통해 전국 단위로 사용 환경이 넓어졌습니다.
지갑 이용자 규모도 50만 명 수준으로 대폭 확대될 예정입니다.
결제를 넘어 공공 영역으로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예금 토큰의 활용 범위가 민간 결제를 넘어 공공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프로젝트 한강과 연계해 국고금 일부를 예금 토큰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2030년까지 약 700조 원 규모 예산의 25%를 예금 토큰으로 지급한다는 중장기 목표까지 내놓았습니다.
청년 문화, 육아·보육, 소상공인 지원 등 지역 맞춤형 바우처 프로그램도 지자체와 함께 시범 운영될 예정인데,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하면 지원금의 사용 여부와 흐름을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고 중간 정산 비용과 수수료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입니다.
한편 일부 금융권에서 제기된 'CBDC 예금 토큰을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이 아직 다소 앞서나간 논의라며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남은 과제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많습니다.
여전히 은행 중심의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비은행 금융기관이나 핀테크 업계의 참여 폭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고, 디지털화폐 상용화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 정비도 아직 진행형입니다.
한국은행은 2단계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법·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의 CBDC는 아직 정식 발행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연구·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그 실증의 폭과 깊이는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습니다.
1단계의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2단계에서는 참여 은행과 이용자, 사용처가 크게 늘었고, 송금·바우처·국고금 지급 등 실생활에 한층 밀착된 기능들이 하나둘 더해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법·제도 정비와 비은행권 참여 확대라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한국은행이 이를 '차세대 통화 시스템의 이정표'로 규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프로젝트 한강의 다음 단계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지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